사고로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은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시력을 잃고 실의에 빠져 살 의욕조차 잃고 있었다.
양쪽 눈을 잃고 망연자실한 그를 보고 
가족들이 상의한 끝에 앞 못 보는 이들을 위해 교육하는
맹인학교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같은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의지하다 보면 
삶의 의욕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학교에 도착하자 
교장 선생님은 한 선생님을 부르더니 
학교 건물과 교정 곳곳을 소개해 주라고 했다.

음성이 맑고 낭랑한 선생님은
청년의 팔을 잡은 채 사무실을 나갔다.

복도를 지나고 학교의 현관 입구로 나선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자, 이제 우리는 현관 밖의 계단을 내려갈 것입니다.
계단은 모두 열 개입니다.
다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돌아서 화단 앞을 지날 것입니다.
화단 앞을 지나서 교정을 한 바퀴 돌겠습니다.
제 말을 잘 기억하고 그대로 해 보세요.
혹시 미심쩍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제 손이 항상 당신의 팔꿈치 근처에 있으니까 
그것을 잡으세요."

친절한 선생님의 안내에 청년은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그는 계단을 하나하나 세면서 열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화단이 있는 것이 금방 느껴졌다.
향기로운 꽃 향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년은 자기 마음속에 생기는 자신감을 느끼면서 
교정을 한 바퀴 돌았다.

선생님과 함께 자기 숙소로 돌아온 그 청년은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저같이 눈먼 사람의 입장을 정말 잘 이해하고 계시군요."

그러자 선생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전 학생의 입장을 잘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앞을 전혀 못 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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