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신 어머니와 함께 서로 의자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러나 궁핍한 생활 형편이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젊은이는 점차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덧 젊은이는 도(道)에 빠지게 되었고, 
이후로는 하루 종일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어떻게 하면 득도할 수 있을까, 
오직 그 생각만 하며 세월을 보냈다.

어머니는 한창 일할 나이의 아들이 
염세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염려되었지만 
이미 어머니의 걱정은 아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아들은 오히려 어머니의 충고를 잔소리로 여기거나 
심지어 반항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 젊은이는 유명한 고승을 찾아가 
득도할 수 있는 비결을 얻고자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어머니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 놓고 
도를 터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젊은이는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고승을 찾아 나섰다.

마침내 젊은이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고승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고승은 젊은이의 사연을 잠자코 듣기만 할 뿐 
좀처럼 어떤 해답도 주지 않았다. 

젊은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득도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졸랐다.
한참 후에야 고승은 입을 열었다.

“자네가 정 원한다면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겠네. 
  우선 이곳에서 즉시 하산하여 집으로 향하게. 
  집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사람 중에서 
  맨발로 자네를 반기며 문을 열어주는 이가 있을 것일세. 
  그 사람이 바로 자네의 부처이니 
  마음을 다해 그를 봉양하고 
  인생의 스승으로 삼는다면, 
  자네가 그토록 바라던 득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일세.”

고승의 말을 들은 젊은이는 흡족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집으로 향하던 첫째날, 
그는 한 농가에서 잠시 머물게 되었다. 
어떤 남자가 나와서 문을 열어주었지만 
신발을 신고 있었다. 

다음 날 그는 으리으리한 부잣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젊은이를 맨발로 환영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만났지만 
고승이 말한 부처는 도무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젊은이는 혹시 고승이 자신을 속인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고,
고향에 거의 다다랐을 때는 실망스러움에 기진맥진했다.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에 
젊은이는 가까스로 집 앞에 다다랐다.

젊은이가 힘없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는 곧 “거기 누구요?”하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왠지 모를 힘이 솟아 
곧바로 “어머니, 저예요.”라고 대답했다.

문이 열리자 그 사이로 늙은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보였다. 
어머니의 아들을 보자마나 이름을 부르며 달려 나왔다. 

세상 만물이 모두 잠든 밤, 
차갑게 얼어붙은 마당 위를 맨발로 달려 나와 
그를 반겨 준 사람은 바로 그의 어머니였다. 

그제야 고승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 젊은이는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품에 와락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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