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난 그날도 평소처럼 집앞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다.
난 그만 시속 80km로 달리는 차를 못보고 
거기서 차와 부딪혀 중상을 입었다.
결국 난 응급실에 실려 갔고, 
위독한 생명을 기적적으로 찾았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는 동시에 
난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렇다, 난 시력을 잃었던 것이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난 너무 절망했고.
결국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7 살 밖에 안 되는 소녀였다.

" 아저씨.... 아저씨 여긴 왜 왔어?"
" 야... 꼬마야!! 
  아저씨... 귀찮으니까... 
  저리가서 놀아....."

" 아.. 
  아저씨..왜 그렇게 눈에 붕대를 감고 있어? 
  꼭 미이라 같다"

" 야!이 꼬마가... 
  정말..... 
  너 저리 가서 안 놀래...!!..."

그렇다. 
그녀와 나는 같은 301호를 쓰고 있는 
병실 환자였다.

" 아저씨... 
  근데... 
  아저씨 화내지 말아..
  여기 아픈 사람 많어~
  아저씨만 아픈거 아니자녀여.....
  그러지 말고 ~ 나랑 친구해요...
  네?... 알았죠??.. "

" 꼬마야.... 
  아저씨 혼자 있게 좀 내버려 둘래......"

" 그래... 아저씨........ 난 정혜야... 
  오정혜!
  여긴 친구가 없어서 심심해요..... 
  아저씨 나보고 귀찮다구?"

그러면서 그녀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다음 날........

" 아저씨... 
  그런데 아저씬.... 
  왜 이렇게 한숨만 푹 푹 셔~...."

" 정혜라고 했나...
  너도 하루아침에 세상이 어두워졌다고 
  생각해봐라.
  생각만 해도 무섭지... 
  그래서 아저씬... 너무 무서워서
  이렇게 숨을 크게 내쉬는 거란다..."

" 근데... 
  울 엄마가 그랬어여.....
  병도 이쁜맘 먹으면 낫는대요~...
  내가 환자라고 생각하면...환자지만....
  환자라고 생각 안하면...
  환자가 아니라고.... 
  며칠 전에... 
  그 침대 쓰던 언니가 하늘나라에 갔어....
  엄마는 그 언니는 착한 아이라서 
  하늘에 별이 된다고 했어...
  별이 되어서 어두운 밤에도
  사람들을 무섭지 않게 환하게 준다고..."

" 음....... 
  그래.... 
  넌 무슨 병 때문에... 왔는데....."

" 음..... 그건 비밀....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곧 나을 거라고 했어....
  이젠 1달 뒤면 더 이상 병원 올 필요 없다고...."

" 그래? 다행이구나....."

" 아저씨... 그러니까... 
  1달 뒤믄 나 보고 싶어도 못보니까...
  이렇게 한숨만 쉬고 있지 말고 
  나랑 놀아조...응?... 아저씨...."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비췄다.
그녀의 한 마디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마치 밝은 태양이 음지를 비추듯 말이다.
그 후로 난 그녀와 단짝친구가 되었다.

" 자! 정혜야 주사 맞을 시간이다." 

" 언니. 그 주사 30분만 있다가 맞으면 
  안돼,..... 
  잉~ 나 지금 안  맞을래....!!.." 

" 그럼..... 
  아저씨랑 결혼 못하지... 주사를 맞아야...
  빨리 커서 아저씨랑 결혼한단다."

" 칫"

그리곤 그녀는 엉덩이를 들이대었다.

그렇다...
어느 새 
그녀와 나는 병원에서 소문난 커플이 되었다.

그녀는 나의 눈이 되어 저녁마다 산책을 했고, 
7살 꼬마아이가 쓴다고 믿기에는 
놀라운 어휘로 주위 사람, 풍경 얘기 등을 
들려 주웠다.

" 아저씨... 
  김선생님이 어떻게 생겼는 줄 알아..?"

" 글쎄......."

" 코는 완전 딸기코에다 입은 하마 입, 
  그리고 눈은 쪽제비 같이 생겼다...?..
  크크~ 
  정말 도둑놈 같이 생겼어..!! 
  나 첨 병원 오던 날
  그 선생님 보고 집에 가겠다고 막 울었어... "

" 크크크흐흐......"

" 아저씨 왜 웃어......"

" 아니... 
  그 김선생 생각 하니까... 그냥 웃기네...
  꼭 목소리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탤런트나 
  성우처럼 멋진데 말이야"

"하하하하~~~~"

"근데 정혜는 꿈이 뭐야?"

" 음.....
  나 아저씨랑 결혼하는 거........"

" 에이..... 
  정혜는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

" 응..... "

" 그렇게 잘 생겼어?"

" 음... 
  그러고 보니까... 아저씨 디게 못생겼다.
  꼭 포케몬스터 괴물 같애.."

그러나 그녀와의 헤어짐은 빨리 찾아 왔다.

2주후....
나는 병원에서 퇴원 했다......... 
그녀는 울면서....

" 아저씨. 나 퇴원할 때 되면 꼭 와야 돼 
  알겠지???? 응...... 약속"

" 그래 약속....."

우는 그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가녀린 새끼손가락에 고리를 걸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2주일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 따르릉 따르릉"

" 여보세요...."

" 최호섭씨?"

"예...... 제가 최호섭입니다...."

" 축하합니다... 
  안구 기증이 들어 왔어요."

" 진......... 
  진짜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일주일 후 
난 이식수술을 받고 3일 후에는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난 너무도 감사한 나머지 병원 측에 
감사편지를 썼다.
그리고 나아가서...
기증자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던 중 
난 그만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기증자는 다름 아닌 정혜였던 것이었다.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지만 
바로 내가 퇴원하고 
일주일 뒤가 정혜의 수술 일이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백혈병 말기환자였던 것이다.
난 그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가 건강하다고 믿었는데 ........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난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부모님이라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 아이가... 많이 좋아했어요....."
" 예..... "
" 아이가 수술하는 날 많이 찾았는데.........."

정혜의 어머니는 차마 말을 이어가질 못했다.

" 정혜가 자기가 저 세상에 가면 
  꼭 눈을 아저씨 주고 싶다고...
  그리고 꼭 이 편지 아저씨에게 전해 달라고..."

또박 또박 적은 편지에는 7살짜리 글씨로 이렇게 써 있었다.

'아저씨! 나 정혜야....
음 이제 저기 수술실에 들어간다.
옛날에 옆 침대 언니도 거기에서 하늘로 갔는데...

정혜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저씨... 
내가 만일... 하늘로 가면...
나 아저씨 눈 할께... 
그래서 영원히 아저씨랑 같이 살께....

아저씨랑 결혼은 못하니까....
하지만 수술실 나오면..... 
아저씨랑 결혼할래.......
아저씨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래...

-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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