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나이가 많이 든 할아버지가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식구들과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임금님이 이 할아버지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 아니, 나는 한 나라의 임금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할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은 뭐든지 먹을 수 있는데도 걱정거리가 있는데,
그 노인에게는 근심 걱정이 없다니
한 번 만나 보고 싶구나."
할아버지는 대궐로 불려 갔습니다.
" 그래, 근심 걱정이 하나도 없다니
그게 사실이오?"
임금님이 물었습니다.
" 예, 저는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 어떻게 그리도 근심 걱정이 없이 사시오?"
임금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 예, 저는 아들 오 형제를 두었는데 모두 장가를 보냈고,
손주들도 아프지 않고 잘 자라고 있으며,
아들들이 효성이 지극하여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 걱정거리가 없어서 좋겠구려.
나하고 바둑이나 한 판 둡시다."
임금님은 바둑판을 가져오게 하여
할아버지와 바둑을 두었습니다.
한참 바둑을 두다가
임금님이 바둑돌을 주머니에 담더니
할아버지에게 주었습니다.
" 바둑도 잘 두는 걸 보니
정말로 걱정이 없겠구려.
이 바둑돌을 가지고 갔다가
다음에 내가 또 부르면
가져오도록 하시오."
할아버지는 임금님에게 절을 하고 나왔습니다.
물론 바둑돌이 든 주머니를 소중하게 들고서지요.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려면 강을 건너야 했어요.
강가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갑자기 달려들더니
할아버지가 들고 있는 주머니를 빼앗아
강으로 던지는 것이었지요.
엉겁결에 일어난 일이라
할아버지는 손도 쓸 수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생전 처음으로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할아버지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걱정만 했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할아버지의 큰며느리는
이것을 보고 장에 가서 잉어를 사왔어요.
할아버지가 입맛이 없으신 모양이라고 생각 하고
잉어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한 것이지요.
며느리가 잉어의 배를 갈랐는데,
잉어의 뱃속에서 바둑돌이 든 주머니가 나왔어요.
며느리는 그 주머니를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렸지요.
할아버지는 바둑돌이 든 주머니를 찾자,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게 되었습니다.
걱정이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며칠이 지나자
임금님이 할아버지를 불렀습니다.
할아버지는 바둑돌이 든 주머니를
소중하게 품속에 넣고 대궐로 갔습니다.
" 그 동안 잘 지냈소?
나하고 바둑이나 한 판 둡시다.
바둑돌은 가져왔겠지요?"
임금님의 말에 할아버지는 바둑돌이 든 주머니를
임금님 앞에 꺼내 놓았습니다.
분명 임금님이 준 바둑돌이었어요.
바둑돌을 본 임금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 아니, 임금님.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할아버지가 묻자
임금님은 대답은 하지 않고
할아버지에게 물었어요.
" 그 주머니는 강에 빠졌을 텐데
어떻게 가져왔소?"
그래서 할아버지는 자초지종을 얘기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을 다 들은 임금님은 껄껄 웃었습니다.
" 사실 강가에서 그 주머니를 빼앗아 강에 던진 것은
나의 신하였소. 내가 신하에게 그렇게 시켰소.
그런데 잉어 뱃속에서 그 주머니가 나왔다니
당신은 참으로 하늘이 근심 걱정이 없도록 만든 노인이구려."
임금님은 흐뭇해져서
노인에게 많은 상을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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